▲ 헬싱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에스플라나디 공원에서 펼쳐진 ‘레스토랑 데이’를 즐기는 사람들. | |
ⓒ 권보미 |
8월 들어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는 음식 관련 이색적인 이벤트들이 열리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정적이 감돌았던 도시가 다시금 새롭게 활력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5월 말까지 레스토랑, 바, 카페 내 운영을 금지시키고(테이크아웃 포장음식만 가능) 7월 말까지 500명 이상의 대중 모임을 금지했다. 때문에 여름철에 집중돼 있는 각종 축제나 문화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었다.
일간지 <헬싱키 사노맛>에 따르면, 핀란드 요식업계의 90%가 코로나로 인해 해고나 무급 휴가 조치를 취하는 등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레스토랑 제한령이 해제되어 정상 복귀 후에도 예년에 비해 65~75% 정도 매출이 감소했다. 정부는 침체된 요식업과 외식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고자 먹거리 행사들은 다른 취소된 문화행사와 달리 예정대로 열리도록 허용했다.
이같은 결정에는 최근 여름 휴가철 외국인 여행자로 인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꾸준한 안정세를 보여 온 핀란드의 코로나 추이도 한몫했다. 8월 25일 기준 현재 핀란드의 코로나19 감염자는 총 7981명(전날 +43명)에 사망자는 335명이다.
'레스토랑 데이'는 예정대로, 먹는 즐거움은 계속
▲ ‘레스토랑 데이’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외국인이민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각 나라의 이국적인 전통음식을 선보이고 다양한 문화교류가 이루어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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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매년 펼쳐지는 음식 행사 중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있고 독특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레스토랑 데이'이다(핀란드 원어로는 'Ravintolapäivä' 라빈똘라 빠이바). 2011년 헬싱키에서 처음 열린 이래 연간 4회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치러지는 이 '레스토랑 데이' 행사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레스토랑 데이는 2011년 봄 자전거를 이용한 카페나 바를 시험삼아 운영해 보고 싶었던 평범한 핀란드 젊은이 3명, 안띠 뚜오몰라, 올리 시렌, 띠모 산딸라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창안됐다.
레스토랑 데이에서는 길거리나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1일 팝업 레스토랑, 카페 등을 차려 아무런 제약이나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장사를 하면서 시민들이 각자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음식 솜씨를 자유롭게 뽐내며 꿈꿔온 비즈니스를 현실에서 체험해 볼 수 있다.
2011년 헬싱키에서 열린 첫번째 레스토랑 데이에는 45개의 팝업 레스토랑이 참여했다. 이후 핀란드 레스토랑 데이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다. 3년 뒤인 2014년 5월 하루 동안 치러진 행사에서는 35여 개 국적의 2700개 이상의 팝업 레스토랑들이 수도권 전 지역 곳곳에서 참여하는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개최 4년 만인 2014년에는 세계 50여 개국에서 즐기는, 세계에서 가장 큰 푸드 축제로 부상했다. 초기 5년간 누적 이용 고객 수는 3백만명(수도권 거주 인구 150만명, 헬싱키 인구 65만명)이 넘는다. 이제 '레스토랑 데이'는 핀란드에만 국한된 지역 이벤트가 아니라 지구촌 곳곳의 세계인들도 참여해 즐기는 국제 행사가 되었다. 핀란드 관광청이 '레스토랑 데이'를 공식적인 볼거리 행사로 지정, 홍보할 정도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헬싱키 시내 에스플라나디 공원 위주로 이루어져 규모가 축소됐지만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이국적인 음식을 맛보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오후 내내 이어졌다.
헬싱키에서 맛본 김치전과 양념치킨
▲ 김치전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집’ 레스토랑의 이영화씨가 손님들에게 한국음식 메뉴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 |
ⓒ 권보미 |
지난 15일 열린 레스토랑 데이에는 '이집'과 '서울치킨' 두 곳이 참여해 한국 음식을 선보였다.
김치전과 김밥, 비빔밥, 레모네이드를 선보인 '이집' 팝업 레스토랑 운영자 중 한 명인 이영화씨는 핀란드인과 결혼한 후 이민 와서 살고 있다. 이씨는 한국에서도 한식당을 운영한 경력이 있는 전문 요리사이기도 하다. 핀란드 현지 사업자 등록도 한 상태이며, 조만간 요식업 사업을 시작해 핀란드 현지에서 다양한 한국음식을 선보이겠다는 포부가 있다.
이영화씨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부친 김치전이 이날 가장 반응이 좋았고 잘 팔린 인기 메뉴였다"면서 "이번 경험이 곧 시작할 사업을 위해 여러모로 굉장히 유익했다"고 말했다. 그는 "레스토랑 데이를 통해 소셜미디어에서 평소보다 5배가 넘는 대중의 반응을 실감할 수 있어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보았다"고 전했다.
▲ 끈끈한 가족애를 자랑하며 후라이드 김치소스 양념 치킨을 인기리에 판매한 ‘서울치킨’ 레스토랑 팀. | |
ⓒ 권보미 |
닭 튀김과 각종 양념 소스를 개발해 함께 선보인 '서울치킨' 레스토랑 운영자는 한국인 박진호씨와 그의 핀란드인 아내 뚤리아 살로씨다.
뚤리아 살로씨는 몇 년 전 한국에서 처음 맛본 닭튀김과 양념치킨에 매료돼 핀란드에서 치킨 바를 열어 한국처럼 맥주와 곁들이는 '치맥(치킨+맥주)' 메뉴를 선보이면 좋겠다는 사업 아이디어를 남편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이날 레스토랑 데이 행사도 뚤리아씨의 소개로 참여하게 되었으며 부부는 향후 치킨 전문점 사업을 계획 중에 있다.
박진호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의외로 높은 관심과 좋은 반응에 놀랐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 치킨이 선보인 3가지 양념 치킨 중에서 김치양념 후라이드 치킨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뚤리아씨의 남동생과 친정 어머니까지 함께 거들었다. 헬싱키에서 서쪽으로 165km 가량 떨어진 '뚜르꾸'라는 도시에서 거주하는 남동생과 친청 어머니가 먼 걸음을 한 것이다. 한국의 동네 골목을 섭렵한 '후라이드 양념 치킨'의 신화가 핀란드에도 정착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레스토랑 데이' 공동 창설자 중 한명인 띠모 산딸라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레스토랑 데이는 당시 핀란드에서는 생소했던 스트리트 푸드, 길거리 음식 콘셉트를 소개하고 정착시켰으며, 핀란드인들이 글로벌한 식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문화 교류를 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핀란드는 지금] 먹거리 행사 중 | ||||||
헬싱키 원로원 광장에서는 올해 처음 '원로원 광장의 여름 테라스'(원어로 'Senaatintorin kesäterassi' 세나띤또린 께사떼라씨)라는 이름으로 먹거리 행사가 7월부터 8월 30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식물이나 꽃으로 구성된 200여 개의 나무 박스가 이곳 저곳에 놓여지고, 아름다운 테라스 카페나 식당처럼 꾸며져서 텅 빈 원로원 광장이 아름답게 변신했다. 여름테라스에서는 16개의 엄선된 식당들이 간이 식당을 운영하며 오는 8월 30일까지 손님들을 맞이한다. 테이블 간격은 안전하게 거리를 유지하도록 드문드문 배치되었고, 자칫 썰렁해질 수 있는 빈 공간은 아름다운 식물이나 꽃으로 꾸며진 나무 박스들로 채워놓았다. 손을 씻을 수 있는 여러 개의 간이 세면대와 손 소독제들도 한쪽 공간에 마련해 놓았다. 행사를 기획한 헬싱키 시 당국은 "이동 정원을 원로원 광장에 마련해 도심지에서도 자연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안전하게 야외 먹거리 문화를 즐길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여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또 핀란드 전국 10여 개 이상 도시에서 순회 진행되는 길거리 음식 축제, '스트리트 푸드 피에스타(Street Food Fiesta)'가 헬싱키 도심의 나린까또리 야외 광장에서 8월 26일부터 4일간 열린다. 이 행사에서는 세계 다양한 민속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밴드 음악 공연도 곁들여질 예정이다. |
August 29, 2020 at 02:1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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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코로나 와중에 '레스토랑 데이'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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